하나짱

하나
하루는 아는 분이 길고양이를 데리고 왔는데 원래 집에 있던 고야이들과 어울리질 못하고 싸우기만 해서 고생이라며 나에게 키우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시어머니께 여쭤 보니 역시 키우고 싶으시단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반신 마비이신 시어머니가 외로워 보이셨는지 시아버지도 흔쾌히 승락하셨다.
그렇게 해서 삼색 고양이 하나짱은 우리 가족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와 살게 되었다.
하지만 하나짱은 얌전히 있질 않았다.
방충망을 뜯고 밖으로 도망치기에 바빴다.
나이드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감당하기엔 너무 건강했다.
하는 수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키우기로 했다.
뭐가 그리 바쁜지 비오는 날 이외에는 사료를 먹을 때만 들어오고 거의 밖에 있었다.
그러다 집을 새로 짓는 동안 시댁에서 같이
살게 된 우리 유타로와 하나짱은 만나기만 하면 피터지게 싸웠다.
둘이 맞딱트리면 일층부터 이층까지 난리가 났다.
그래서 유타로는 이층, 하나짱은 일층으로 생활 구역을 제한 시켜 버렸다.
그러나 자유로운 하나짱이 문제였다.
집에 돌아오질 않거나 지붕 위에서 울어댔다.
걱정이 돼 잡으려 하면 도망가 버렸다.
코로나가 고양이한테도 옮는다는 둥 싱숭생숭한 소문도 돌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각을 한 끝에 큰 게이지를 사서 가두기로 했다.
사료를 먹으러 온 하나짱을 붙잡아서 목줄을 채우고 리드를 걸어서 게이지 안에 넣었다.
물론 필요한 생활 필수품과 함께.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싫어하며 발광을 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하나짱은 아주 맘에 들어했다.
침대에서 발랑 뒤집어져서 늘어지게 잘 뿐만 아니라 문이 열려 있어도 나올 생각을 안 했다.
어쩌다 나왔다가도 사람 소리가 들리면 닷슈 게이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더이상 게이지른 하나짱을 가두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짱의 편안한 안식처이자 집이었다.
그런 하나짱을 보고 우리 가족은 깨달았다.
지금까지 하나짱이 밖으로 나간 것은 집안에 자신의 보금자리가 없어서였다는 것을.
태생적으로 예민하고 겁이 많은 성격 탓에 사람과 잘 어울리질 못해 사람들이 움직이고 시끄러운 집안에서는 맘 편이 쉴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지금은 넓은 삼층 게이지 안에서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놀기도 하고 실컷 잠도 자는 모습을 보니 맘이 놓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빨리 알아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정말 입양을 해 가족이 된다는 것은 그냥 같이 먹이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성격과 성향을 파악하고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꾸며주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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