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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고 힘들다고 계속 누워만 지내다 오랜만에 산책을 했다.
한 28분쯤 걸었을 때 자전거 한대가 스쳐지나가며 뭔가 소리를 쳤다.
처음에는 못 알아듣고.두리번 거리고 있으려니 앞지른 자전거에 젊은 남자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며 유스케 마마~~나 눈군지 기억해?라고 소리를 쳤다.
자세히 보니 유스케 중학교 동창이었다.
내 뒷모습만으로도 누군지를 알아보고 내게 아는 척을 하며 소리를 친 것이었다.
너무 고맙고 반가웠다
그 작고 귀여웠던 아이들이 저렇게 청년이 되어서 날 알아봐준 것이 순간 감격스러웠다.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 유스케 마마로 열심히 살아야지!하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하나
하루는 아는 분이 길고양이를 데리고 왔는데 원래 집에 있던 고야이들과 어울리질 못하고 싸우기만 해서 고생이라며 나에게 키우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시어머니께 여쭤 보니 역시 키우고 싶으시단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반신 마비이신 시어머니가 외로워 보이셨는지 시아버지도 흔쾌히 승락하셨다.
그렇게 해서 삼색 고양이 하나짱은 우리 가족이 되었지만 실제로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와 살게 되었다.
하지만 하나짱은 얌전히 있질 않았다.
방충망을 뜯고 밖으로 도망치기에 바빴다.
나이드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감당하기엔 너무 건강했다.
하는 수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키우기로 했다.
뭐가 그리 바쁜지 비오는 날 이외에는 사료를 먹을 때만 들어오고 거의 밖에 있었다.
그러다 집을 새로 짓는 동안 시댁에서 같이
살게 된 우리 유타로와 하나짱은 만나기만 하면 피터지게 싸웠다.
둘이 맞딱트리면 일층부터 이층까지 난리가 났다.
그래서 유타로는 이층, 하나짱은 일층으로 생활 구역을 제한 시켜 버렸다.
그러나 자유로운 하나짱이 문제였다.
집에 돌아오질 않거나 지붕 위에서 울어댔다.
걱정이 돼 잡으려 하면 도망가 버렸다.
코로나가 고양이한테도 옮는다는 둥 싱숭생숭한 소문도 돌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각을 한 끝에 큰 게이지를 사서 가두기로 했다.
사료를 먹으러 온 하나짱을 붙잡아서 목줄을 채우고 리드를 걸어서 게이지 안에 넣었다.
물론 필요한 생활 필수품과 함께.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싫어하며 발광을 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하나짱은 아주 맘에 들어했다.
침대에서 발랑 뒤집어져서 늘어지게 잘 뿐만 아니라 문이 열려 있어도 나올 생각을 안 했다.
어쩌다 나왔다가도 사람 소리가 들리면 닷슈 게이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더이상 게이지른 하나짱을 가두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짱의 편안한 안식처이자 집이었다.
그런 하나짱을 보고 우리 가족은 깨달았다.
지금까지 하나짱이 밖으로 나간 것은 집안에 자신의 보금자리가 없어서였다는 것을.
태생적으로 예민하고 겁이 많은 성격 탓에 사람과 잘 어울리질 못해 사람들이 움직이고 시끄러운 집안에서는 맘 편이 쉴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지금은 넓은 삼층 게이지 안에서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놀기도 하고 실컷 잠도 자는 모습을 보니 맘이 놓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빨리 알아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정말 입양을 해 가족이 된다는 것은 그냥 같이 먹이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성격과 성향을 파악하고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꾸며주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기억
회사 동료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
항상 열심히 하고 밝고 인사도 잘 하고 예쁘기까지.
그런데 능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모두에게 따돌림까지 받았다.
아무도 직접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다가오면 피했다.
말을 걸어와도 대충 얼버무렸다.

또 다른 동료가 있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멋지지도 않고 가끔은 머리가 엉클어진 채로 출근을 할 때도 있고 성격도 무뚝뚝했다.
하지만 일만큼은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나게 잘했다.
항상 능력을 인정 받았고 일에 대해 물어보면 내 일처럼 도와주고 거버해 주었다.
그러므로 인기도 많았다.
같이 회식을 할지라면 옆자리가 일등석이 되곤 했다.
오늘 문득 떠오른 두사람의 지금이 궁금해지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좋아서 열심히 하고 남들 신경 안 쓰고 난 행복하게 사는 것과
내가 좋아서 열심히 했는데 나뿐만 아니라 모두들과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
나는 어느 쪽의 사람이었고 내 아이는 어느 쪽의 사람이 되었으면 좋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

편지
오늘은 어때?
아침부터 너무 욕심을 내진 않았니?
무리하지 말라니까 또 무리를 한 모양이구나.
또 후회하고 있지?
모든 걸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고 있구나.
항상 열심히 하려고 하는 널 보고 있으면 난 칭찬보다 걱정이 돼
그러다 또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해서.
널 알게 된 후 오랫동안 함께 하며 여러가지 일들을 지켜보았기에 너가 얼마나 상처받기 쉽고 마음이 여리다는 것도 잘 알아.
가끔은 이러다 큰일이 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적도 많아.그렇지만 넌 다시 일어서서 갈 길을 걸었어
그래 넌 사실 약하지 않아
넌 지금까지 그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버티고 극복해 왔어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혼란스러워 하고 괴로워하며 어떻게 할까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지만 넌 결국 스스로 잘 판단하고 헤쳐나갔어
이제 좀 알겠니?
넌 강해
넌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어.
그러니 지금의 그 일도 잘 해낼 거야.
난 믿어
우리 같이 행복하자
그리고 그 꿈도 같이 이루자구나.
그날이 오면 지금의 모든 일들이 하나의 추억으로 남겠지.
그러니 제발 절망하지 말고 툴툴 털고 일어나렴

너무 너무 사랑하는 나야.

(일본에서 느낀 일 ①) 배려
배려의 뜻이 무엇인지 사전에서 찾아보면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길을 걷다 넘어져 가방 안에 있는 물건이 쏟아졌다.
아팠지만 창피하고 부끄러워 빨리 그 자리를 떠나려 서둘러 떨어진 물건을 챙겨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아무도 날 쳐다보거나 괜찮냐고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다행이다.
누가보거나 말을 걸어왔다면 엄청 쪽팔렸을텐데
조금 진정될만큼 걸었을까,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저기…
네?
이거 아까 떨어뜨리셨길래
아, 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분명 그 자리에서 날 보았기 때문에 내 물건이라는 걸 알고 따라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줍자마자 주지 않고 따라온 그 마음이 뭘까?
하루종일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 보았다.
친구 왈,
아마 넘어져서 아플텐데 정신없이 허둥지둥 일어나 가버리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주기 보다 뒤따라 와서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게 아닐까?
순간 느꼈다.
이런 마음이 배려구나하고.
거기까지 상대방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배려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배웠다.

나이
젊었을 때
아니 지금보다 젊었을 때
난 나이가 부담스러웠다.
왜냐하면 모든 행동과 결정을 나이에 맞추려했기 때문이다.
항상 그때의 나이를 과거와 비교하며 생각하여 스스로를 좁은 곳에 가두곤 했다.
그리고 더이상 젊다고만은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 과거의 나이와 비교하지 않아도 충분히 나이를 먹고나니 이제는 미래와 비교하며 조금이라도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졌다
아직 젊을 때, 아직 젊으니까
이런 수식어로 억지로 자신의 행동을 젊다는 이유를 붙이려 한다.
도대체 왜 난 나이로 내 인생을 좌지우지 하려는 걸까?
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 걸까?
이 나이가 되서야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다니 내 자신이 한심하다.
나이를 잊자.
그리고 날 수 있을만큼 날아보자
나에게는 날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자신있게 날아보자.

⑴아기 고양이 유타로
한참 장마가 시작된 2019년 6월1일 토요일
그날따라 일이 바빠 늦은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다
친구로부터 아기 고양이 두마리가 지붕 위에서 울고 있는데 도와 줄 방법이 없다고 어떻게 하면 좋냐고 전화가 왔다
난 벌써 빗속을 뛰고 있었다.
난 지금까지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그 전화 한 통에 뛰어 가다니.
도착하자 친구는 우산을 쓰고 자기집 지붕을 이리저리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쏟아지는 폭우로 빗물 통로가 한 쪽으로 쏠리며 대량의 빗물이 쏟아져 아기 고양이들이 빗물에 급속도로 쓸려내려 왔다.
50센치 앞이 하수구인데 하수로에 빠지면 구할 수 없다
난 우산을 버리고 몸을 날렸다.
육중한 덩치로 슬라이스를 해서 떠내려 온 두 아이를 잡았다.
다행이다
아직 살아있다
서둘러 친구집으로 들어 가 떨고있는 두 아이를 타올에
감싸고 털을 말렸다.
아기 고양이 치즈외 꽁치는 건강해 보였다.
다리를 쩔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작고 예쁜 치즈냥과 함께였다.

이쩜 이리 솜털같이 가벼울 수가 있지
눈 좀 봐 블루야
코 좀 봐 핑크야
이 말랑말랑한 젤리는 어떻구
영양 실조로 구부러진 꼬리 말고는 아픈 곳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의 1일째가 시작됐다.

계속

반성문

나에게 항상 웃어 주고 같이 울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젊고 예쁜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암으로 치료를 받다가 머리가 다 빠져 만날 때마다 가발을 쓰고 왔습니다.
제가 괜찮다고 예쁘다고 모자만 써도 된다고 해도 더운 여름에는 모자까지 쓰고 땀을 흘리며 만나러 나와 주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어느 날 너무 화가 나 머리를 아주 짦게 자르고 후회를 하자 그 친구는 자기는 이제 머리도 많이 자라서 가발이 필요없게 됐다며 쓰겠냐고 했습니다.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질 때 다시 날까하며 울던 그 때를 생각나게 한 것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몸의 병을 극복하고 살려하는 자
마음의 병을 극복 못해 스스로를 해하려는 자.
자신의 우둔한 행동이 나만의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잊고 있었습니다.
반성합니다.


난 유타로
형 이름이 유스케라서 내 이름은 유타로
난 형이 너무 너무 좋아
날 쓰다듬어 줄 때도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고골송 부르지
형이 엄마한테 혼날 때는 내가 형을 지켜
어떻게?
엄마한테 소리치고 발을 물어버려
그럼 엄마는 왜 그러냐고 날 안아주지
하지만 가끔 몹시 엄마가 화가 많이 났을 때는 애교 작전으로 형을 지키지
엄마는 내가 배를 보이며 벌렁 누워서 노래를 부르면 화를 내다가도 바로 아이구 우리 유타로~~하시거든
우리집에서 엄마를 이길 수 있는 건 나뿐이라고 생각해
뭐? 착각이라고?
한번 보여줄까?
니~야~옹~
저기 봐! 엄마가 츄르를 가지고 오자나!
이젠 알겠지!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 엄마 , 엄마
엄마가 되고 엄마를 알았어요
어쩜 이리도 엄마가 했던 말이 하나도 틀리는 게 없는지
엄마가 틀렸다고 하려고 나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런데 엄마 말이 다 맞는 거야
난 엄마같이 안 살 거야 라고도 했고
난 엄마 보다 더 따뜻한 엄마가 될 거야 라고도 했고
난 엄마보다 더 행복하게 살 거라고도 해서 미안해요
나를 보면 엄마가 보이고 하루 살면서도 엄마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여요
쌀을 씻을 때도 아 이렇게 씻으라고 있지
빨래를 걷을 때도 이렇게 걷으라고 했지
심지어 아이들 혼낼 때도 어쩜 엄마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지
엄마 여러 가지 실망시켜서 죄송해요
하지만 엄마 다시 엄마 만났을 때
그래 내 딸 열심히 살더구나
보았단다 역시 내 딸이었어
꼭 그 한마디를 듣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할게요
오늘도 엄마에게 많이 감사해요.
사랑해요 엄마